■ 레미콘 공장 걷어낸 삼표 … 성수 81층에 그룹 미래 건다. - 입력 2026-07-31 최유경 기자
레미콘 공장 걷어낸 삼표 … 성수 81층에 그룹 미래 건다. - 입력 2026-07-31 최유경 기자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 2027년 착공·2032년 준공 목표




▲ 삼표가 서울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부지에 최고 81층 복합단지를 짓는다. 성수프로젝트 조감도. ⓒ서울시

삼표그룹이 45년간 레미콘을 생산하던 서울 성수동 공장자리에 
최고 81층 복합단지를 짓는다. 
남이 짓는 건물에 시멘트와 레미콘을 공급해 온 회사가 직접 땅을 개발하고 건물의 가치를 키우는 디벨로퍼로 변신하는 것이다. 
성수 프로젝트는 삼표가 건설기초소재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개발과 운영으로 넓히는 첫 대형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28일 건축위원회를 열고 
성동구 성수동1가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개발안을 통과시켰다. 이곳에는 최고 81층 주거동과 53층 업무복합동이 들어선다. 
공동주택 403가구와 오피스텔 61실, 호텔 130실을 비롯해 업무·상업·문화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2027년 착공해 2032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건축심의 통과로 성수 프로젝트는 구상 단계를 넘어 실제 사업 추진 단계로 들어섰다. 
1977년부터 레미콘 공장으로 쓰이던 부지를 2022년 철거한 지 4년 만이다.

삼표가 성수 개발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기존 사업의 한계가 있다. 
삼표그룹은 시멘트와 레미콘, 골재, 몰탈 등 건설기초소재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건설 현장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지만 주택 착공과 토목·건설투자가 줄어들면 출하량과 수익성도 함께 흔들린다.

자재 공급만으로는 완공된 건물에서 발생하는 분양이익이나 임대수익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삼표는 성수에서 직접 개발에 참여해 주택과 오피스, 호텔, 상업시설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지 개발과 공간 기획, 임대·매각, 운영으로 수익원을 넓히려는 것이다.

사업 시행은 삼표산업이 지분 95%를 보유한 에스피성수피에프브이(SP성수PFV)가 맡는다. 
나머지 지분 5%는 NH투자증권이 갖고 있다. 외부 시행사에 부지를 넘기는 대신 삼표가 사업을 직접 주도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삼표는 성수 프로젝트 전담 조직을 꾸리고 복합개발과 초고층 건축 경험을 갖춘 인력을 보강해 왔다. 
일회성 토지 매각 차익보다 개발 과정에서 얻는 사업 경험과 수익을 그룹 안에 축적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돈이다. 개발계획에 반영된 추정 총사업비는 약 4조7864억원이다. 
공사비 약 2조1913억원, 금융비용 7228억원, 토지비 7213억원, 공공기여 약 6000억원 등이 포함된 규모다. 
물가와 금융비용이 더 오르면 실제 사업비는 5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에스피성수PFV는 2024년 10월 기존 브리지론을 리파이낸싱하면서 대출 한도를 6400억원으로 늘렸다. 
NH투자증권과 신한은행 등이 금융 주관을 맡았고 만기는 오는 10월 14일이다. 
이 자금은 기존 대출 상환과 인허가 관련 사업비, 금융비용 등에 사용됐다.

착공으로 넘어가려면 브리지론 만기를 다시 연장하거나 수조원대 본PF로 전환해야 한다. 
건축심의 통과로 인허가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공사비를 댈 본PF의 규모와 대주단 구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삼표와 금융권이 보는 적정 조달 규모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표가 약 2조5000억원 수준의 PF 조달을 검토하는 반면, 
금융기관은 최근 공사비를 고려하면 3조~4조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확정된 조달액은 아니지만 사업비와 금융비용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반영할지를 두고 이견이 있다는 의미다.


결국 삼표가 자기자본을 얼마나 추가로 넣을지, 
외부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일지, 
대형 건설사와 어떤 조건으로 공사 계약을 맺을지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외부 지분투자를 받으면 삼표가 당장 투입해야 할 자금은 줄어들지만 향후 개발이익을 투자자와 나눠야 한다. 
대출 비중을 높이면 지분 희석은 피할 수 있지만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 
시공사가 책임준공이나 신용보강을 제공할 경우 PF 조달은 쉬워질 수 있지만, 
그에 따른 공사비와 보증 수수료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성수 개발은 삼표산업의 재무구조와도 직접 연결돼 있다. 
에스피성수PFV는 현재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개발 단계인 반면 토지비와 금융비용은 계속 쌓이고 있다. 
삼표산업은 PFV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사업 위험을 상당 부분 부담하고 있다. 
성수 개발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이 늘고 그룹의 추가 자금 투입 압박도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삼표가 직접 개발을 택한 것은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변화는 상당할 전망이다. 
성수 프로젝트를 완성하면 삼표는 건설사 주문에 따라 
자재를 공급하는 기업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기존 건자재 사업과의 연결도 가능하다. 
초고층 건축물은 콘크리트를 수백 미터 높이까지 안정적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고강도·고유동 콘크리트와 압송 기술이 중요하다. 
삼표가 개발해 온 고성능 콘크리트 기술을 성수 사업과 연계하면 그룹의 제품과 기술을 보여주는 실증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자재 공급과 공법 적용 여부는 향후 설계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성수에서 쌓은 인허가와 자금 조달, 시공관리 경험은 다른 개발사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삼표는 서울 은평구 증산동의 DMC 수색 프로젝트 등 보유 부지 개발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성수와 수색 사업이 성공하면 보유 토지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 도시개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본PF 조달이나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 성수 부지는 그룹 자금을 장기간 묶어 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착공 후에도 공사비 상승과 금리, 2032년 준공 시점의 오피스·주택 경기라는 변수가 남는다. 
오피스와 호텔, 상업시설을 매각할지 직접 보유할지에 따라서도 수익 구조가 달라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수 프로젝트는 건물 한 채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삼표의 사업 모델을 바꾸는 프로젝트"라며 "건축심의 통과는 시작일 뿐이고, 
수조원대 본PF를 안정적으로 조달해 사업을 끝까지 완수해야 진정한 체질 개선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